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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문화

한국 R&D 예산 삭감, 노벨상 석학들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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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석학들 “과학 연구, 결과 안 나와도 정부가 지원해야”

 

노보셀로프 교수 “과학적 발견·선거 주기 불일치”
“R&D 예산 삭감, 한국 과학계에 타격 입힐 것”
스무트 교수 “기업은 단기 성과…정부 투자해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과학적인 발견은 자주 나오지 않지만, 선거는 4~5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국 과학계에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입니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49)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서 한국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우려했다. 2010년 노벨물리학 상을 받은 그는 다른 노벨상 수상자 4명과 함께 방한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R&D 예산과 관련한 문제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논란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적인 발견과 결과물은 (연구하자마자) 즉각 나오는 것이 아닌데, 선거는 4~5년에 한 번씩 실시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과학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연구 결과가 자주 나오기가 어려운데도 정부는 거액의 지원에 대한 대중의 평가, 즉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이는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라며 “전반적으로 봤을 때 (R&D 예산 삭감이) 한국 과학계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보다 16.6% 줄인 내년도 R&D 예산안을 지난달 발표했고 국내 과학기술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꿈의 나노물질로 불리는 탄소화합물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36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받았다. 강도와 열전도율이 높은 데다 전기도 잘 통하는 그래핀은 지금보다 성능이 좋은 디스플레이와 2차 전지 등을 만들 수 있는 재료다. 1973년 그보다 어린 나이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최연소 수상자다.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76)도 한국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국내 과학기술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그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DNA와 단백질을 연구하는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201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레빗 교수는 “정부가 R&D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한국 정부가 R&D 예산을 줄인 이유가 타당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산을 삭감하는 일 자체가 결코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78)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성과가 나오기까지 사회 각 부문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역시 우주가 빅뱅 이후 급팽창을 겪었다는 점을 규명한 공로로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스무트 교수는 “기초과학에 투자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결과가 반드시 나올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기초과학 부문에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즉각적인 성과와 이득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무트 교수는 “한국은 천연자원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교육,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로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에 올라선 국가”라며 “정부에서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행사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강연과 토론으로 각국 대중에게 과학적인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마다 다른 나라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교육의 미래: 과학과 기술 탐구’로,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기관인 노벨프라이즈 아웃리치가 한국 측 파트너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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