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 : 웅성거리는 침묵

어둠이 짙게 드리운 밤,

오늘 우리는침묵, 웅성거리는 침묵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만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뉴스 기사들을 오르내립니다.

연일 쏟아지는 한 유명 외식 사업가의 이름. 곰팡이, 불법 전용, 가격 논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은 밤의 정적을 뚫고 웅성거리는 소음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우리’는 그 소음 속에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나와, 스크린 너머의 수많은 익명의 ‘우리’들이 함께.

 

우리의 침묵은 무관심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복잡다단한 감정의 덩어리입니다.

한때 그의 소탈한 모습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환호했던 기억, 골목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던 긍정적인 이미지, 그리고 이제는 연이어 터져 나오는 논란들에 대한 실망과 의혹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 감정들은 쉽게 하나의 목소리로 응축되지 못하고, 웅성거리는 침묵 속에서 맴돌 뿐입니다.

 

우리는 익숙하게 사회 현상에 대해 침묵하는 법을 배워왔는지 모릅니다.

개인의 힘은 미약하고,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온라인 댓글 창은 때로는 격렬한 비난과 조롱으로 가득 차,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할 용기를 꺾어 놓기도 합니다.

‘나 하나쯤 침묵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습니까?’라는 냉소적인 생각은 우리의 입을 굳게 닫게 만듭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그 침묵 속에서 불편한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곰팡이가 핀 디저트를 마주했을 소비자의 당혹감,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 그리고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 책정에 대한 씁쓸함… 이러한 문제들을 그저 ‘유명인의 논란’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도 될까요?

 

우리의 침묵은 혹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가 아닐까요?

 

우리는 그의 성공 뒤에 가려진 그림자를 애써 외면해 왔는지 모릅니다.

대중 매체가 만들어낸 긍정적인 이미지에 갇혀,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을 갖는 것을 주저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와 책임을 망각하게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세상은 때로는 우리의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도록 부추기기도 합니다. 익명의 가면 뒤에서 우리는 때로는 용감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그 비판은 과연 건설적인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까요? 감정적인 분노와 악의적인 공격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되어,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때로는 웅성거리는 침묵보다 더 큰 소음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밤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왜 침묵할까요? 우리의 침묵은 진정으로 무력함의 표현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책임 회피일까요? 우리가 분노해야 할 때 침묵하고, 숙고해야 할 때 감정적으로 날뛰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진정한 변화는 웅성거리는 침묵을 깨고, 냉철한 이성과 건설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시작될지도모릅니다. 단순히 개인의 잘못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침묵에서 벗어나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새벽이 밝아오면,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밤의 웅성거리는 침묵 속에서 던졌던 질문들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익숙한 침묵에 머무르지 않고,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그것이어쩌면 이 밤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일지도 모릅니다.